관련기사

restmb_allidxmake (2).jpg

사진=박준환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술, 약물의 영향으로 피해자가 제대로 항거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다양한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준강간도 그중 하나다. 준강간이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성적 행위를 하는 범죄다. 강간에 비해 생소한 편이지만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 형법은 준강간을 강간에 ‘준하는’, 즉 ‘버금가는’ 범죄로 보아 강간죄와 동일하게 벌금형 없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간죄가 폭행이나 협박으로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 범행을 저지른다면 준강간은 처음부터 저항할 수 없는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해 범행한다는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일부러 피해자에게 술을 강권하여 피해자가 만취하도록 만들고 그 상태에서 성관계를 했다면 이는 강간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누구의 권유나 강요 없이 피해자가 스스로 술을 많이 마시고 인사불성이 된 상태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갖는다면 준강간이 성립하게 된다.

준강간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는 범행 당시 피해자의 상태다.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이라는 요소가 가장 핵심적인 범죄 성립 요건이기 때문에 수사나 재판을 진행하는 동안 이 점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심신상실은 정신 기능의 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준강간 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성관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결여된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으로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말한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준강간 사건은 대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벌어지곤 한다. 술에 취해 잠들어버리는 등 의식을 상실한 상대방을 대상으로 일방적인 성관계를 했다면 이는 의심의 여지 없이 준강간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 의사 표현을 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지만 이른바 ‘필름이 끊긴’ 상태가 되어 전후 사정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것을 심신상실로 인정할 수 있을지 문제가 된다.

판례에서는 양 자의 사례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아예 의식을 상실한 경우, 즉 패싱 아웃 상태라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로 인정하지만 단순히 그 순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경우에는 블랙아웃 상태라고 보아 준강간의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본다. 양 자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당시 음주량과 평소 주량, 음주 속도, 음주 후 경과한 시간, 당시 피해자의 말투나 걸음걸이, 행동, 성관계를 맺게 된 경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법무법인YK 목포 분사무소 박준환 형사전문변호사는 “준강간은 생소한 죄목이기 때문에 그 무게를 잘 알지 못하고 가볍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강간과 더불어 성범죄 분야에서 형사처벌이 무겁기로 손꼽히는 죄목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건을 절대 간단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당사자의 진술과 더불어 당시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증거 자료를 확보하여 활용해야 신중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news@beyondpost.co.kr